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천국에서 만날 거야

  • Chocolateking
  • 2017년 5월 20일
  • 2분 분량

전라도 현직 할머니들 중 김치 장인은 흔한 편이라 자랑할 게 못되지만, 어쨌든 이분 또한 다음과 같은 전설을 가지고 계시는데, 이웃집에 김치를 한 통 주면 통 되돌려 주실 때 소고기를 담아주신다고. 그러나 나는 할머니(아내의 할머니)가 이미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오신 후 원하는 식재료(배추부터 소금, 젓갈 등등)를 맘껏 쓰실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드신 김치를 먹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평균정도 였다. 그래서 이 사진을 찍던 날도 큰 기대 없이 찾아뵈었는데 이 날은 특별히 돌산갓김치를 담그셨더라. 허, 그런데... 맛이... 정말 예술. 김치를 한통 받아오면서 아내가 이번에는 할머니의 전성기 시절 맛이 좀 난다고 처가 식구들에게 택배로 좀 보내줄까 말까 카톡도 하고.... 감격한 눈치. 딱 그렇게 김치를 주신 일주일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.

마지막 찾아 뵐 때만해도 기운은 없으셨지만 아주 말짱한 정신으로 대화 하셨는데.

그렇게 갑작스레 소천하셨다.

주일 오전 교회갈 준비 다 마치시고 기도하시는 자세로. 기독교인에게는 죽음마져 하나님의 은총이기에 우리는 천국에 갈 날만 기다려야 맞거늘,

여전히 늙고 죽는 것이 어렵다.

정들었던 사람들,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하기가 어려워서 그러는 거란다.

나는 믿음이 작아서 그런지 조금 더 어려운가 보다.

할머니의 소천 소식을 여행지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들은 나와 아내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렸다.

그 모습이 아이에게는 꽤나 인상 깊었나보다.

아직 세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는 신통하게도 할머니가 담아주고 가신 마지막 그 김치를 잘 먹는데, -잘 먹는 정도가 아니라 한동안 밥상에 안 내놓으면 갓김치를 찾는다-

엊그제도 왕할머니 김치를 찾더니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는지

왕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엄마 아빠 울지 말라고, 이 다음에 천국에서 모두 만나면 된다고.

왕할머니가 참 보고 싶다.

언젠가 나이 먹으면 자식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냥 나 낳아준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 날이 올까?

이 세상 일들, 이 세상 것들 다 신물이 나고 시시해져서 그냥 하나님 품에 엄마 아빠랑 같이 안기고 싶은 날이 오지 않을까.

그동안 내리 받았던 사랑, 다시 되돌려 주고 싶어 어서 이제 그만 이 세상 떠나 천국에 가고 싶은 날이 오지 않을까.

천국이란 그렇게 서로 이 생에서 빚졌던 사랑 다시 갚느라 분주한 곳이 아닐까.

보고 싶습니다, 모두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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